[펀딩과 트렌드] 식탁은 물론 생활 곳곳 초록빛…크라우드 펀딩 속 비건·채식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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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VEGAN 작성일20-09-0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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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모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크라우드 펀딩(Cloud funding).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크라우드 펀딩은 가장 최신의 소비·문화 트렌드를 잘 보여줍니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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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까지 와디즈에서 크라우드 펀딩 모금하는 분코의 '비건 펫 샴푸&트리트먼트'다. (사진제공=분코)


국내 채식인구는 약 150만 명이다. 지난달 17일 한국채식연합이 발표한 통계에 따른 수치로, 10여 년 전보다 10배가량 늘어났다. 공장식 축산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환경에 관한 관심이 늘며 채식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크라우드 펀딩 업계도 채식 관련 프로젝트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와디즈에서 채식 관련 펀딩으로 가장 눈에 띄는 프로젝트 제작자는 '분코'다. 2018년 비건 여성청결제를 시작으로 세 차례의 펀딩 동안 총 누적 금액 약 1억3000만 원을 달성했다. 지금은 비건 펫샴푸&트리트먼트 프로젝트를 펀딩 진행 중인데, 1일 오후 1시 기준으로 목표금액의 467%(467만7400원)를 달성했다.


분코의 모든 제품은 비건 인증 제품으로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어떤 동물 실험도 하지 않는다. 제품의 모든 성분을 공개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포진이라는 피부병을 앓았던 대표의 경험이 믿을 수 있는 성분의 제품을 만드는데 영향을 끼쳤다. 분코의 이지윤 대표는 "분코가 시작된 이유 중 하나는 나의 필요에 의해서였다. 그래서 내가 쓰고 싶은 핸드워시와 디시워시를 가장 먼저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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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가죽 가방 'Cactus Bag'이다. (사진제공=쏘왓)
 

와디즈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비건 프로젝트는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쏘왓의 '캑터스 백'(Cactus Bag)이다. 펀딩 마감까지 20일 남았지만 1일 오후 1시 기준으로 목표금액의 685%(1370만6000원)를 달성했다. 'Cactus Bag'은 이름 그대로 선인장 가죽이 소재다. 멕시코에 있는 비건 가죽 업체로부터 선인장 가죽을 받아 제작한다.


쏘왓의 소설희 대표는 "선인장 가죽의 근사한 질감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선인장 가죽은 환경친화적이다. 동물을 기르는데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고 자연이 훼손되는 것과 달리 선인장은 빗물과 이슬로도 잘 자라는 저탄소 농업이다. 살충·제초제가 필요 없는 것도 장점이다. 수확한 이후에도 화학 원료를 쓰지 않고 햇빛만으로 선인장을 가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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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가죽 '하운지'로 만든 가방이다. ‘바게트 백’ 모양의 디자인으로 실용성에 중점을 뒀다. (사진제공=COAP)

동물 가죽 대신 한지로 만든 비건 가방도 있다. 텀블벅에서 현재 펀딩 진행 중 중인 '코프 백'(COAP Bag)으로 목표 금액의 306%(1319만700원)를 달성했다. COAP Bag의 소재는 '하운지'라는 한지 가죽이다. 한지 가죽 표면에 특수 무독성 코팅을 입혀 생활 방수·기스 방지 등 실용성을 높였다. 폐기물 발생률이 낮은 것도 장점이다. 다른 비건 대체 가죽의 폐기물 발생률이 5%인 것에 비해 하운지는 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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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OAP)

COAP 측은 "비건 제품이 마니아를 앞세운 착한 소비라는 통념을 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보통의 비건 제품들과 달리, 데일리룩 느낌의 화보를 찍은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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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혜윰 제작소)

텀블벅에서는 비건 요리책도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펀딩 진행 중인 '혜윰의 비건 레시피북'이 가장 대표적이다. 펀딩 마감까지 아직 29일이나 남았지만, 목표 금액의 342%(205만5000원)를 달성했다. 혜윰 비건 레시피북의 가장 큰 특징은 감자옹심이 같은 한식부터 당근 스시, 유부군함, 팟타이 등 다양한 요리를 담았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제작자 혜윰은 천편일률적인 비건 레시피에 아쉬움을 느껴 레시피북을 만들고 관련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혜윰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인스타그램 속 비건을 보면 대부분 파스타나, 재료를 모아서 데치거나 냉동식품이나 레트로트 식품 등 소위 말하는 ‘정크비건’(Junk Vegan·영양가는 낮은 정크 푸드와 비건의 합성어)의 식생활을 하더라. 그래서 접하기 쉽고 맛있는 비건 요리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에 레시피 공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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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윰 레시피북에 담길 예정인 '유부군함'이다. 레시피북 메뉴는 양식 보다 대부분 한식과 일식으로 구성됐다. (사진제공=혜윰 제작소)
 

전 세계 인구가 일주일 중 단 하루만 채식해도 온실가스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육식이 익숙한 우리에게 채식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특히 육식 위주로 외식 문화가 발달한 한국의 경우 더욱 그렇다. 아직은 비건 제품들이 일반 제품보다 가격대가 높은 것도 망설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작은 실천부터 만들어나간다면, 소비자에게도 사업가에게도 '비건'은 더 이상 어려운 선택지가 아니다.


분코의 이지윤 대표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채식을 실천할 것을 조언했다. "저도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라 고기를 아예 먹지 않기는 어렵다. 하지만 치킨을 먹더라도 동물복지 치킨을 먹고, 계란 후라이를 하더라도 동물복지 달걀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고 작은 팁을 전했다.


쏘왓의 소설희 대표는 멕시코에 있는 선인장 가죽 업체와의 협업 과정을 전하며 행동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소설희 대표는 "멕시코에 있는 데세르토와의 협업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SNS를 찾아 다이렉트 메세지를 보내고 이메일을 통해 주문을 넣었다. 거창한 비법을 물어보는 분들께 부끄러울 정도로 그저 바라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유리 수습 기자 inglass@etoday.co.kr 


-이투데이-